출판사 엠아이디가 지난 10일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를 출간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약자야말로 권력정치의 현실을 강자보다 더 깊게 이해하고, 현실주의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약자일수록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지고, 실패로 인한 대가는 더 혹독하며, 떨어져야 할 낭떠러지의 깊이는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현실주의는 강자가 아닌 약자의 것이어야 한다.”
EBS 다큐프라임 6부작 다큐멘터리 "한국사 오천년 - 생존의 길"로 방영된 내용을 담은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는 ‘현실주의 전략’은 무엇인가를 한국사를 통해 살펴보는 책이다. 조정래 작가, 김동연 전 부총리 등이 호평했던 ‘강자의 조건’의 저자 이주희 EBS PD가 이젠 ‘서있는 자리’를 바꿔 약자의 시선으로 한국사를 검토한다.
중견국의 힘을 갖췄던 한반도의 국가는 대륙의 거대한 제국들로 인해 상대적인 약자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반도의 국가는 약자임에도 오랜 세월동안 생존에 성공했고,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균형자의 지위를 획득하기도 했다. 때문에 저자는 한국사가 약자의 생존 전략 사례를 생생히 보여주는 ‘약자의 교과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사의 영광과 굴욕의 순간을 총 4부에 걸쳐 담았다. 관통하는 주제는 현실주의다. 한국사의 중요한 시기에 현실주의적 전략이 어떻게 주효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신라의 삼국통일의 정당성이나, 민족주의적 감성의 영역은 저자의 관심사가 아니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역사·정치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약자의 생존전략’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사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만큼이나 타자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눈에 띈다. 이 책은 한국사뿐만 아니라 당·거란·몽골·후금 등 대륙의 제국들의 흥망도 많은 분량을 할애해 다루고 있다. ‘약자의 현실주의’는 스스로를 넘어 타자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함께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라의 김춘추나 고려의 서희를 비롯한 현실주의자들의 영광스러운 역사가 주는 교훈만큼이나, 비정상적 리더십이나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에 갇혔던 역사 속 정권들을 향한 비판도 날카롭게 다가온다.